금성여자/화성남자

절정의 연기 논란 e매거진 주소복사
<싱글즈> 2013년 11월호
남녀 솜털 하나하나까지 바짝 세우게 되는 순간은 섹스, 아니 오르가슴을 느낄 때다. 바람처럼 스쳐가는 향내에도, 무심결에 내뱉는 숨소리에도 남녀의 호르몬은 경거망동(!)한다. 파트너를 위한 배려의 일환으로 여자가 선택하는 오르가슴 연기. 신의 한 수일까, 돌이킬 수 없는 악수일까?




왜, 그녀는 연기하게 된 걸까?
“왜 오늘은 이상한 소리 안 내?” S의 남자친구는 물었다. 언젠가, 땀을 뻘뻘 흘리며 S의 절정을 위해 화려한 애무 스킬을 선보인 남자친구의 노고에 화답하듯 S는 흥건하게 젖었다. 골반이 희한하게 뒤틀리고, 감은 두눈에 펑펑 폭죽이 터지는 그 느낌. S도 모르게 입 밖으로 흘러나온 소리는 “아따뜨따뜨따”라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 남자친구는 격정적인 섹스 후 물었다. 얼굴에 웃음기를 잔뜩 머금고. “아까 그 소리 뭐야? 왜 그런 희한한 소리를. 하하하.” 부끄럼 열매를 먹은 듯 S가 수줍게 “나도 몰라!”를 내뱉던 그날을 남자친구는 잊을 수 없었던 것. 그때를 상기하며 되물었다. “그때는 되게 이상한 소리를 냈잖아. 왜 요즘엔 아무 소리도 안 내?” S의 남자친구는 그 이후 좀처럼 듣기 힘든 그 해괴망측한 소리가 그리웠다. 그 소리는 마치 엄마 뱃속에서 갓 나온 아기가 ‘세상아, 이 위대한 몸을 받아라!’라며 쩌렁쩌렁하게 울어대는 생명의 소리, 그 이상의 의미였다. 남자는 S의 목청에서 그 소리가 언제고 꼭 다시 나오길 원했다. 남자의 바람에 S는 선의의 거짓말인 연기가 필요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분명 남자친구와의 섹스는 좋았지만 그때와 같은 전율은 쉬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해보기로 했다. 내색은 많이 하지 않지만 매번 S를 만족시켜주는 남자친구를 위하여, 아니 그의 귀여운 철수를 붉으락푸르락 분노케 하기 위하여!

Q 섹스하다 오르가슴을 느낀 척 연기해본 적 있다. 72% YES

SURVEY
10월 2일부터 10월 10일까지 <싱글즈> 홈페이지(www.thesingle.co.kr)를 통해 독자 328명 설문 참여.

Q 연기를 한 이유는?
48% 상대를 더욱 흥분시키려고
36% 노력하는 상대에게 미안해서
11% 스스로 섹시하고 야하게 느껴져서
5% 기타
>> 10명 중 7명의 독자는 섹스를 하면서 연기한 경험이 있다. 이유는 하나다. 더 좋은 섹스를 위해서. 상대를 더욱 몰입시킴으로써 쾌감을 느끼거나, 스스로 섹시한 모습에 심취하려는 것. 어떤 대답이든 상대를 위해, 또 나를 위해 필요한 행위인 듯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답변은 상대에게 미안해서 연기를 한다는 것. 물론 파트너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책 <어메이징 섹스>에서는 그것과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오르가슴을 가장하거나 연기할 경우, 진짜 쾌감을 놓쳐버릴 수 있다. 거짓 신음과 몸 뒤틀기를 연기하느라 바쁘니 정신은 분산될 수밖에. 또 그런 연기가 거듭될수록 악순환이 된다. 계속 오르가슴 연기를 하다가 하지 않을 경우, 상대는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게 아닌가 의심하거나 위축될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여자의 진짜 오르가슴을 위해 파트너가 노력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미지를 개척하듯 서로의 몸을 탐색하며 중요한 오르가슴 포인트를 찾는 것 또한 섹스의 즐거움이자, 묘미 아니겠는가!

Q 상대를 흥분시키는 나만의 연기법이 있다. 16% YES
>> 328명의 독자 중 53명은 침대 위에서 파트너를 자극하는 연기법이 있다고 자신했다. “허리를 꺾은 채로 흰자위가 보일 듯 말듯 눈 감고, 입술을 살짝 벌려준다” (ityou120), “상체를 뒤로 젖힌 채 상대의 허벅지를 쥐어뜯는다. 그러다 힘이 싹 빠지는 연기를 하면 절정을 맛본 줄 알고 남자가 정신을 잃더라” (heejuelove), “침대 이불을 부여잡고, 남자가 멈칫했을 때 못 참겠다는 듯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lattesy), “오르가슴을 느낀 듯 온몸을 바르르 떤다” (say0111), “귀에 대고 ‘너 때문에 미치겠어’라든가 입김을 불어 넣는다” (lamjmj). 혼신의 힘을 다해 열연을 펼치는 연기파, 당신들이야말로 섹스의 위너! 섹스 머신!

Q 때때로 오르가슴 연기는 필요하다. 86% YES

Q 반대로 상대가 오르가슴 연기를 하고 있다고 느낀 적 있나?
9% YES
81% NO
>> 여자와 달리 남자의 오르가슴 순간은 멈출 수 없다. 그래서일까. 남자들은 좀처럼 흥분하는 연기를 하지 않는다. 남자가 유일하게 오르가슴을 느끼는 순간은 사정할 때이기 때문에 숨길 수도, 과장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눈치 백단인 여자들은 상대의 ‘과장된 몸짓과 과도한 신음 소리’에 연기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대부분 여자 특유의 촉과 필로 짐작할 뿐이다.


오르가슴을 훔치는 신 스틸러
‘난 섹시해. 흥분하고 있어. 난 네가 보는 AV 속 그 여자야!’ 연기에 몰두한 여자들은 그렇게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잠재돼 있던 연기력이 발휘되는 순간 짐짓 놀라면서. 하지만 이건 몰랐지? 남자들은 여자의 그런 모습이 연기인 줄 알면서 모르는 척 넘어갔다는 것을! 침대 위에서 벌어지는 오르가슴 진실게임, 그리고 그 게임에 기꺼이 참여해서 속내를 밝힌 남자들.
TALKER 1 조셉고든토끼 >> 33세. 싱글. 여자가 많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누구보다 여자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자신해서 주변에 많은 여자들이 연애 상담을 받으려 줄서 있다.
TALKER 2 탑게이 >> 36세. 싱글. 사실 게이는 파트너와 할 때마다 오르가슴을 느끼지만, 아주 극히 드물게 침대에서 연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 귀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TALKER 3 마총맨 >> 34세. 예비 유부남. 완벽하게 싱글 라이프를 즐기며, 많은 여자들과 섹스를 해봤다. 그러나 사랑 아니, 애정 없이 육체적인 관계로만 쾌락을 추구한 적은 단연코 없다.

바보야, 그렇게 하면 다 들켜!
조셉고든토끼 야동에서 자주 듣던 톤 그대로 규칙적이고, 공기 반 소리 반의 깔끔한 소리는 의심스럽다. 더군다나 진짜 절정을 느꼈을 때, 자연스럽게 터지는 여자의 신음 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남자에게는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왜냐? 진짜 소리는 삑사리의 연속이거든! 그 소리는 내 움직임에 맞춰 나오고, 삑사리는 내가 어림잡을 수도 없는 깊은 심연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긴가 민가 헷갈릴 때는 말을 시켜본다. 상대가 두 음절조차 발음하지 못할 때 그녀는 비로소 오선생을 만난 것이다.
탑게이 과장된 신음과 과도한 욕설, 문란한 언어들. 물론 진짜 오르가슴을 느껴서 나올 때도 있지만, 표정만 보면 웬만큼 진짜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총맨 가슴에 입만 대도 자지러지거나 과장된 신음 소리를 낼 때는 ‘음. 뭐지?’ 싶다. 또 삽입할 때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별로 크지 않은 내 철수에 아파하는 연기를 하거나 “자기 꺼 너무 커~” 멘트까지 쳐주면, 이건 뭐 눈물 나게 감사할 지경이지. 근데 사실 진짜 아프면,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던데?
조셉고든토끼 여자가 연기한다고 해도, 별 생각은 없다. 섹스할 때마다 여자에게 오선생을 만나게 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적인 생각인 것 같거든. 엊그제 왔던 오선생이 오늘은 코빼기도 안 비치고, 심지어는 팬티조차 젖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도 한편으로 기특하기는 하다. 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자가 좋아할수록 흥분하는 남자의 마음은 다 똑같은 거 아닌가?
탑게이 난 사실 그때부터 섹스가 지루해진다. 김샌다고 할까? 남자의 섹스에서 ‘정복욕’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정복한 줄 알았던 상대가 알고 보니 ‘정복 당한 척’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전의를 상실한다. 물론 내 섹스 스킬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 좌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몇몇의 사람들은 오르가슴 연기를 하면 오히려 더 섹시함을 느낀다고 하던데, 나는 여기에 동의할 수 없다.
마총맨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열심히 애무하고 있는 데 연기를 하고 있으면 ‘참 애쓴다. 내가 좋기는 한가 보구나’라고 생각하며 더 피치를 올리지. 피스톤 운동하고 있을 때 그러면 ‘힘들어서 빨리 끝내고 싶구나’라고 짐작해서 시간 조절을 한다.

어설픈 여자의 연기, 왜 알면서도 모르는 척할까?
조셉고든토끼 ‘너 왜 이렇게 연기가 엉망이야?’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나? 사실 괜히 시시비비 따지며 묻다가 “네가 별로라서 내가 연기 해주는 거야”라는 대답을 들을까봐 두렵기도 하다.
탑게이 애인의 연기를 보고 귀엽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내 자존심을 세워주려던 건지, 섹스에 좀더 집중하려고 스스로 발동을 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순간에 충실하려는 게 보였다. 그럴 땐 남자도 모른 척하는 게 최고다. 내 할 일(!)이나 열심히 하면 된다.
마총맨 나도 거의 대부분 상황에서 넘어간다. 그게 매너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더 자세히 연구해서 연기가 아닌 진짜 오르가슴을 그녀에게 선사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며 의욕을 더욱 불태운다.

내가 겪은 오르가슴 최우 주연상과 최악의 주연상은?
조셉고든토끼 리얼리티 예능 같았던 그녀와의 섹스가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상위를 싫어했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위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렵다는 거였다. 그녀의 연기는 최악이라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았다. 섹스는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우리 둘을 위한 거니까. 오르가슴은 단지 테크닉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감정이 통할 때 더욱 효과적이니, 바로 박력 있게 그녀의 허리를 잡고 눕혔다. 섹스가 끝난 후, 그녀가 “오늘 제일 좋았어”라고 속삭였을 때 정말 흡족하더라. 그런데 너무 힘을 뺐나? 두 번은 못하겠더라.
탑게이 난 일본 포르노물을 싫어한다. 애기 흉내 내는 것 같은 교성은 참고 듣기 힘들다. 문제는 실제로 잠자리에서 그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거다. 섹스할 맛 확 떨어진다. 최고의 오르가슴 연기? 기억나는 게 없다. 오르가슴은 역시 연기보다는 진짜가 좋으니까.
마총맨 최악은 표정을 예쁘게 찡그리며 너무 아파하는 연기를 하던 여자. 아프다고 말하기에 넌 너무 젖어 있었어. 최고는 내 러닝타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정할 시간에 맞춰 오르가슴인 척하며 사정을 유도해준 여자. 끝난 다음에 내 존슨을 향한 칭찬은 애프터 서비스!

에디터:전소영 | 월호:2013년 11월호 | 업데이트:2013-11-15
LIST
  • do&don't
  • 애독자카드
  • 별자리운세
  • Q&A
  • S포인트
  • 싱글즈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