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국내여행

느리게 걷기, 삼지천마을 -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500년 돌담길 주소복사

산책의 달인 임우석이 간다 
느리게 걷기, 삼지천마을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500년 돌담길


오래된 돌담길이 보고 싶어서 담양까지 왔다. 터미널에서 나와 읍내를 조금 걸어보았지만 ‘대나무숲’은 보이지 않았다. ‘온통 대나무로 덮인 곳이 담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읍내는 생각보다 매우 작았고 걷는 재미가 좀처럼 나질 않는다.
돌담길이 있는 창평면까지는 담양 시내에서 차로 20여 분거리. 터미널에서 버스편을 물으니 한 시간에 2편 정도가 창평면으로 간다고 했다. 303번 버스라고 했는데… 이럴 수가. 터미널에 서 있는 모든 버스는 303번이었다. 결국 택시를 타고 광주로 향하는 큰길을 따라가다가 산길처럼 작은 도로로 들어갔다가, 곧 창평면에 도착했다.
담양 읍내보다 더 작은 동네였다. 면내에 광장처럼 보이는 공간에서는 5일장이 열리고 있었다. 진짜 가는 날이 장날인 셈이다. 기분이 좋아졌다.
장터를 나와 창평면 면사무소로 향했다. 거기서 돌담길을 물을 참이었다. 제대로 찾아온 듯했다. 면사무소 앞에는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지정’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제대로 찾아왔군. 이른 시각 면사무소 앞을 청소하는 청년이 있었다.
“돌담길이 어디예요?” 무표정하게 손으로 오른편을 향하며 청년이 말했다. “저리로 가세요.”
면사무소를 정면에 두고 바로 오른편을 가리켰다. 돌담길이 있을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작은 시골길과 오래된 집만 보였다.
가까이 가니 한눈에 보기에도 오래돼 보이는 돌담들이다. 켜켜이 쌓은 호박 돌을 오래된 진흙더미가 콘크리트처럼 버티고 쌓아올린 모습.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돌담들. 그 위로는 낡은 기와지붕이 모자처럼 얹혀 있고, 돌담의 너머로는 기와집의 지붕이 보인다. 넝쿨로 뒤덮인 돌담도 있었고, 위에 콘크리트를 덧댄 돌담도 있었다. 호박꽃이 돌담을 따라 피어 있었고, 그 밑으로는 채송화가 자라고 있었다. 돌담은 세월을 보내며 그 모습이 많이 변한 듯했다. 하지만 훌륭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니, 어렵게 찾아오길 잘했다. 쌀엿을 만드는 곳을 알리는 간판들이 간간이 보인다. 창평면은 돌담 외에도 집에서 직접 만드는 쌀엿과 된장, 한과, 국밥 등이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슬로시티로 뽑혔다 한다. 슬로시티의 기본 요소가 전통음식이 있는 고장이어야 한다.
삼지천마을의 유일한 민박집인 ‘한옥에서’의 뒤쪽으로 오래된 한옥인 ‘고재선 가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민속자료라고 써 있었지만, 아무도 돌보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가 이곳의 많은 것들을 훔쳐 가면 어쩌려고. 낮이었지만 조금 을씨년스러웠다. 초대 받진 않았지만, 들어갈 수 있었던 어느 양반의 집, 나무마루에 걸터앉아 잠깐 쉬었다. 앞으로는 어느새 흔한 풍경이 되어버린 돌담과 기와지붕이 보였고, 한쪽에는 버려진 장독대도 보였다. 문화재 관리가 허술한 것을 걱정하며, 기분 좋은 시골 공기를 맡으며 하늘을 보았다. 이곳이 이대로 오래오래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산책의 방법
특별한 지도는 없다. 그냥 돌담길을 따라 걷는 것이 그만이다. 전라남도 인심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후하다는 사실을 알자. 구경하고 싶은 집이 있으면 집주인에게 물어보면 대개 들어와서 구경하라고 한다. 그렇다고 그냥 들어가진 말고, “계세요?” 정도는 묻고 들어가는 예의는 지켜주자. 고재선 가옥은 꼭 들러보자.

2 찾아가는 길
광주까지는 KTX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르다. 터미널에서 다시 지역버스를 타고 담양읍까지 간다. 담양읍에서 창평면까지는 303번 버스가 터미널에서 매시간 2대씩 출발. 강남고속터미널에 담양행 버스가 있다.

3 잘 곳
삼지천마을의 한복판에는 ‘한옥에서’라는 훌륭한 민박집이 있다. 이름 그대로 한옥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일행이 있다면 마당에서 삼겹살을 함께 구워 먹을 수 있게 주인장이 준비도 해준다. 담양에서 그 외에 잘 곳은 권하지 않는다. 한옥에서 061-382-3832, 1박 5만원

3 먹을 곳
창평면은 국밥이 유명하다. 장터가 열리는 5일 시장 안에는 국밥집이 여러 곳이다. 원조집은 골목 안 60년 전통의 ‘창평시장국밥집’이 있다. 경상도식 얼큰한 쇠고기국밥이 아니고, 뽀얀 국물에 다대기를 풀어 먹는 돼지국밥이다. 돼지고기와 부속으로 국물을 낸 뽀얀 국물. 돼지고기 냄새는 전혀 나지 않지만, 순댓국을 못 먹는 사람은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콩나물국밥도 있으니 걱정 마시라. 담양읍내에서 식사를 한다면 ‘신식당’이나 ‘진우네국수’를 추천. 신식당은 100년 전통의 담양떡갈비 원조집이고 진우네국수는 멸치국물에 굵은 중면을 말아 주는 담양국수의 원조집이다. 진우네국수에서 먹을 때는 꼭 달걀을 시켜 먹을 것. 1000원에 4개를 주는데, 안 먹으면 후회한다. 막걸리도 그렇다.

창평시장국밥 061-383-4424, 따로국밥 5000원, 콩나물국밥 4000원
신식당 061-381-9901, 떡갈비 1인분 1만8000원
진우네국수집 061-381-5344, 국수 3000원, 달걀 1000원


글쓴이 임우석 
<싱글즈>와 <프라이데이>에서 기자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년 반 동안 도쿄 골목길을 다니며 그 길에서 만난 맛집과 예쁜 가게들을 취재해 <도쿄 산책>이라는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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